음악2016. 7. 30. 05:27







Beethoven Piano Sonata No.8 "Pathetique"

2nd Movement


Krystian Zimerman, piano





2006년 도쿄 산토리 홀에서의 실황이다. 

아라우의 2악장을 최고로 꼽던 내게 또 다른 의미로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연주. 



내가 처음 Zimerman을 알게 된 건 쇼팽 사후 150주년인가... 를 기념하여 그가 직접 연주, 지휘했던 쇼팽 피아노협주곡 앨범을 통해서였다. 당시 이제 막 클래식 음악 (정확히는 클래식 음'반')을 듣기 시작했던 내게 지금은 없어진 센트럴 시티의 신나라 레코드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면 정면 멀리로 보이는 클래식 음반만을 위한 방이 따로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클래식 음반, 아니 CD라는 포맷 자체에 대한 수요가 200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아직은 건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마음속에 열정은 있되, 잘 모르던 시절 그곳에 가서 몇 시간을 고심하여 샀던 몇몇 음반들은 잊을래야 잊을수가 없는데, 그 중의 하나가 위에서 말한 그의 쇼팽 피협전집이었다. 쇼팽의 정통성을 살리려 폴란드 사람인 Zimerman이 직접 구성한 폴란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로 녹음을 했는데 당시 그의 크리스탈 같은 sonority와 tonality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협주곡 1번의 그가 연주한 피아노 부분은 내가 연주할 때 늘 마음속으로 그리는 부분이다. 그렇게 그는 내게 '쇼팽 스페셜리스트' 로 깊게 박혀있었다. 그가 종종 일본에 가서 연주한다는 사실, 그리고 베토벤과 모차르트, 슈베르트를 익히 연주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아마도 그것들은 그에게는 좀 어울리지 않는 옷이지 않을까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연주를 듣기전까지는.

몇년 전, 서울대학교 서양음악연구소에서 수업을 듣기 위해 오디션을 치렀던 곡이 이 소나타의 3악장이었다. 이 곡의 3악장은 내가 중학교 때 피아노 선생님이셨던 친구 어머니께 개인적으로 몇 번 레슨을 받으며 공부할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그 선생님이 나에게 들려줬던 '샘플'이 켐프의 연주였다. 음악도들에게 바이블과 같이 여겨지는 켐프의 베토벤. 그렇게 '독일적인' 연주에 익숙했던 나는 오디션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연주자의 3악장을 들어보며 공부했는데 그 때 내가 '아 정말 저렇게는 치지 말아야지..' 했던게 공교롭게도 지금 소개하는 Zimerman의 도쿄 실황에서의 3악장이었다. 너무 느끼한 사운드에 매 음마다 느껴지는 지나친 루바토와 아고긱... 좀 더 건실하고 힘있고 명료한 베토벤을 원하던 시절이었다. 

백건우 선생이 했던 말로 기억한다. 음악성은 아다지오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또 어디선가 아다지오가 들리기 시작할 때가 진정 음악을 듣기 시작할때다.. 뭐 이런 류의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그만큼 음악에서 아다지오가 중요하면서도 잘 안들리는 부분이라는 뜻일테다. 나 역시 거의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을 처음 접한 부분이 알레그로, 프레스토와 같이 빠른 부분이었다. 대부분 피아노 소나타의 3악장, 쇼팽의 에튀드 등... 아다지오가 들리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다. 언제부턴가 직접 연주할 때에도 아다지오를 더 많이 연주하게 되었는데 부족한 연습시간으로 인한 테크닉의 후퇴 같은 웃지 못할 이유도 있었지만  한 음 한 음 천천히 연주하며 혼자 감상에 빠지는 버릇이 생겼던 것 같다.

출국 즈음에 이 곡을 듣게 될 일이 있었다. 내 음악 인생에서 평생 잊지 못할 몇 순간들이 있는데 아마도 그 중에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출국 전날에는 아버지께 이 곡을 연주해드렸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연주하는 것을 아버지가 조용히 들으셨다. 여러모로 이 곡은 내게 뜻깊게 남을 것 같다.

이 곳에 있을 때 Zimerman의 연주를 직접 들으러 가봐야겠다.






Posted by 배짱이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