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2013. 12. 28. 11:45





Tchaikovsky

Autumn Song from Four Seasons


Myung-Whun Chung, Piano











나는 종종 한국전쟁의 마지막 해에 태어난 사람으로서 어떻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수 있었냐는 질문을 받는다. 내 대답은 바로 형제 중 위에 다섯이 음악을 하는 칠 남매의 여섯째로 태어난 복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 전체 인생은 물론, 태어나기도 전 아홉 달 동안에도 나는 음악을 꽤 많이 들었을 것이다. 덕분에 음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몇 달 전 ECM의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는 둘째 아들이 피아노 음반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비록 이제는 나 자신을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의 손주들이 내 가슴에서 우러나온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 제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선택한 곡들이 조금은 두서가 없어 보이지만 대부분이 내 개인적인 경험과 연관이 있다. 드뷔시의 달빛은 이름이 루아(Lua:달)인 둘째 손녀를 위한 선물이다. 슈베르트의 즉흥곡 G 플랫 장조는 내가 큰아들의 결혼식에서 연주한 곡이다. 만약 음악이 영혼의 언어라면, 이 곡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예중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차이콥스키의 가을노래(Autumn Song)는 내가 1974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곡 중 하나이다. 이 곡은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러시아 사람들이 대단히 사랑하는 곡이다. 슈만과 쇼팽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아주 특별하다. 꿈속에서의 내밀한 대화라고나 할까. 야상곡 C 샤프 단조는 경화 누나를 위해 연주하였다. 누나는 내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내가 아는 가장 열정적인 음악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음악적 발전에 큰 영향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이 있는데, 아마도 가장 훌륭한 작품들일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에서 내려온 순수한 선물일 것이다.

  만프레드 아이허에게 따뜻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그는 이번 녹음 작업에서 악기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정말 깊은 재능을 지닌 '듣는 이'. 나는 진정한 음악정 경험에서 음악가는 오직 절반의 책임이 있을 뿐, 나머지 절반은 듣는 사람에게 있다고 믿는다. 듣는 사람이 어떻게 음악을 듣고 받아들이는지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이 음반은 내가 사랑하는 이 아름다운 음악을 공감해주는 분들을 위한 개인적인, 그리고 음악적인 감사의 표현이다.




2013년 10월

정명훈

Posted by 배짱이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