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2015. 10. 26. 00:45

    3. 對話 (대화)



아빠, 무섭지 않아?


아냐, 어두워. 


인제 어디 갈 꺼야?


가 봐야지. 


아주 못 보는 건 아니지?



아니. 가끔 만날 꺼야. 


이렇게 어두운 데서만?


아니. 밝은 데서도 볼 꺼다. 


아빠는 아빠 나라로 갈 꺼야?


아무래도 그쪽이 내게는 정답지.


여기서는 재미 없었어?


재미도 있었지.


근데 왜 가려구?


아무래도 더 쓸쓸할 것 같애.


죽어두 쓸쓸한 게 있어?


마찬가지야. 어두워. 


내 집도 자동차도 없는 나라가 좋아?


아빠 나라니까.


나라야 많은데 나라가 뭐가 중요해?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돌아가셨잖아?


계시니까.


그것뿐이야?


친구도 있으니까.


지금도 아빠를 기억하는 친구 있을까?


없어도 친구가 있으니까.


기억도 못 해 주는 친구는 뭐 해?


내가 사랑하니까.


사랑은 아무 데서나 자랄 수 있잖아?


아무 데서나 사는 건 아닌 것 같애.


아빠는 그럼 사랑을 기억하려고 시를 쓴 거야?


어두워서 불을 켜려고 썼지.


시가 불이야?


나한테는 등불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래도 어두웠잖아?


등불이 자꾸 꺼졌지.


아빠가 사랑하는 나라가 보여?


등불이 있으니까.


그래도 멀어서 안 보이는데?


등불이 있으니까.



—아빠, 갔다가 꼭 돌아와요. 아빠가 찾던 것은 아마 없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꼭 찾아 보세요. 그래서 아빠, 더 이상 헤메지 마세요.



—밤새 내리던 눈이 드디어 그쳤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난다. 오래 전 고국을 떠난 이후 쌓이고쌓인 눈으로 내 발자국 하나도 식별할 수 없는 천지지만 맹물이 되어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 길을 떠난다.





Posted by 배짱이12